1️⃣ 우발채무(Contingent Liabilities)의 정의와 실사 목적
이커머스 M&A에서 우발채무란 현재 시점에서는 확정된 부채가 아니나, 향후 특정 사건의 발생 여부에 따라 기업의 경제적 유출을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의무를 의미합니다. 재무제표는 과거의 거래를 기록하므로,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이러한 리스크들은 장부에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이어가 수행하는 재무 및 법률 실사(Financial & Legal DD)의 핵심 목적 중 하나는 이러한 '장부 밖의 빚'을 찾아내어 인수 후의 현금흐름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만약 우발채무가 적절히 식별되지 않은 채 딜이 클로징된다면, 바이어는 인수 후 예상치 못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이는 전체 투자 수익률(ROI)을 심각하게 훼손합니다. 따라서 실사팀은 기업의 계약 관계, 과거 세무 신고 내역, 법적 분쟁 가능성을 전수 조사합니다.
2️⃣ 진행 중인 소송 및 지식재산권(IP) 분쟁 리스크
이커머스 비즈니스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우발채무는 저작권, 상표권 침해와 관련된 법적 분쟁입니다. 타 브랜드의 디자인 도용, 이미지 무단 사용 등으로 인해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내용증명을 수령한 상태라면, 이는 잠재적인 손해배상 부채로 간주됩니다. 바이어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의 승소 가능성과 패소 시 예상되는 최대 배상액을 산정하여 이를 밸류에이션에 반영합니다.
또한, 공식적인 소송 전 단계인 '잠재적 분쟁'도 실사 대상입니다. 특정 제품의 결함으로 인한 소비자 단체 행동 가능성이나, 과거 핵심 인력의 퇴사 과정에서 발생한 비밀유지약정(NDA) 위반 이슈 등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리스크가 확인될 경우, 바이어는 매각 대금 중 일부를 일정 기간 지급 유예하는 에스크로(Escrow) 설정을 요구하거나, 손해 배상 조항(Indemnification)을 강력하게 삽입하려 할 것입니다.
3️⃣ 미지급 마일리지와 포인트: 이커머스의 숨겨진 부채
자사몰을 운영하는 셀러들이 흔히 간과하는 우발채무는 고객에게 부여한 마일리지와 적립금(Points)입니다. 회계 원칙상 고객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적립금은 기업의 부채(선수금 성격)로 인식되어야 하지만, 많은 중소 이커머스 사업자가 이를 장부에 적절히 반영하지 않습니다. 바이어는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여 미사용 적립금의 총액을 확인하고, 이를 실질적인 부채로 보아 인수가격에서 차감(Deduction)할 것을 요구합니다.
단순히 총액뿐만 아니라 마일리지의 유효기간과 소멸률(Breakage Rate)도 분석 대상입니다. 만약 소멸 규정이 미비하여 평생 누적되는 구조라면 바이어는 이를 매우 위험한 리스크로 간주합니다. 이커머스 기업 매각을 준비한다면 실사 전 적립금 유효기간을 정비하고, 장기 미사용 포인트에 대한 정리 작업을 선행하여 부채 규모를 투명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4️⃣ 세무 조사 리스크와 과거 신고 내역 검증
세무 리스크는 우발채무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치명적입니다. 바이어는 최근 3~5년 간의 부가가치세, 법인세 신고 내역을 검사하며 매입 세금계산서의 적정성, 업무 무관 비용 처리 여부 등을 검토합니다. 특히 이커머스에서 자주 발생하는 현금 매출 누락이나 마케팅비용의 부적절한 비용 처리는 추후 세무 조사 시 추징금이라는 우발채무로 돌아옵니다.
실사팀은 세무 전문가를 동원하여 잠재적인 추징 예상액을 추산합니다. 만약 과거 세무 처리의 투명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바이어는 딜 자체를 철회하거나 과거 기간에 발생한 세무 이슈에 대해 셀러가 무한 책임을 지는 조항을 요구합니다. 이는 셀러가 엑시트 후에도 과거의 세무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될 수 있으므로, 매각 전 세무 진단을 통한 사전 정비가 필수적입니다.
5️⃣ 우발채무 소명을 통한 딜 클로징과 밸류에이션 보호
우발채무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딜이 무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투명한 공개와 통제 가능성 입증'입니다. 셀러가 먼저 잠재적 리스크를 밝히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나 책임 범위를 명확히 제시한다면 바이어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송 건에 대해 전문 변호사의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세무 리스크에 대한 보증 보험을 활용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바이어는 리스크 그 자체보다 '예상하지 못한 리스크'를 더 두려워합니다. 숨겨진 폭탄이 실사 과정에서 발견되기보다, 셀러가 먼저 안전핀을 제거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비즈니스의 신뢰도는 상승합니다. 우발채무를 선제적으로 식별하고 관리하는 능력은 귀하의 비즈니스가 얼마나 성숙한 운영 시스템을 갖췄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되며, 성공적인 엑시트를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