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금주의와 발생주의의 괴리: 선급금의 이해
이커머스 사업자가 연간 단위로 결제하는 서버 호스팅비나 솔루션 이용료는 현금은 한꺼번에 지불되지만, 그 혜택은 12개월에 걸쳐 향유됩니다. 회계적으로 이를 선급비용(Prepaid Expenses)이라 하며, 결제 시점에 전액 비용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매월 균등하게 배분하여 인식해야 합니다.
M&A 실사(DD) 시 바이어는 이러한 비용 처리가 적절히 분산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만약 매각 직전 연간 서버비를 결제하고 이를 당월 비용으로 전액 반영했다면, 장부상 영업이익은 실제보다 낮게 나타날 것입니다. 반대로 과거에 낸 비용의 혜택이 현재 이어지고 있음에도 비용 처리가 누락되었다면 이익이 과대 계상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조정 EBITDA(Adjusted EBITDA) 산출 과정에서 정상화하여 비즈니스의 진정한 수익력을 검증합니다.
2️⃣ 선수금: 받은 돈이지만 아직 수익이 아닌 이유
예약 판매나 선결제 포인트 등으로 고객에게 미리 받은 대금은 선수금(Unearned Revenue)으로 분류되며, 이는 회계상 '부채'에 해당합니다. 현금은 통장에 들어왔지만, 상품 배송이나 서비스 제공이라는 '의무'가 아직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커머스에서 선수금은 매출을 견인하는 선행 지표이기도 하지만, 매각 시점에서는 정산해야 할 잠재적 부담이 됩니다.
바이어는 실사 과정에서 선수금 잔액을 면밀히 검토합니다. 선수금이 급증했다면 미래 매출을 당겨온 것인지, 아니면 배송 지연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인지를 파악합니다. 특히 매각 대금 산정 시 선수금은 '부채(Debt-like items)'기간로 간주되어 매각 대금에서 차감되거나, 인수자가 해당 의무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협상이 진행됩니다. '돈을 미리 받아서 좋다'는 인식이 매각 시점에는 오히려 최종 수령액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3️⃣ 기간 귀속(Cut-off) 정산의 실무적 쟁점
M&A 거래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분쟁 중 하나는 거래 종결일(Closing Date)을 기준으로 한 기간 귀속(Cut-off) 이슈입니다. 매각 기산일 이전에 미리 지불한 광고비나 임차료 중 기산일 이후에 해당하는 분량은 셀러가 바이어에게 돌려받아야 할 자산이 됩니다. 반대로 미리 받은 선수금 중 기산일 이후에 이행해야 할 부분은 바이어에게 넘겨줘야 할 몫입니다.
이러한 정산은 순운전자본(NWC) 조정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집니다. 셀러는 자신이 선지불한 비용의 잔액을 꼼꼼히 리스트업하여 자산 가치로 인정받아야 하며, 바이어는 선수금으로 인한 향후 운영 비용 발생 가능성을 근거로 감액을 시도할 것입니다. 명확한 정산 기준(Cut-off policy)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으면, 거래 종료 후 수천만 원 단위의 정산금 귀속을 두고 지루한 다툼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부채성 선수금과 기업 가치 조정(Add-backs)
실사 과정에서 선수금은 단순히 장부상 숫자를 넘어 비즈니스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도구가 됩니다. 예를 들어, 대규모 프로모션을 통해 선수금을 확보했으나 마진율이 현저히 낮다면, 바이어는 이를 '질 낮은 매출'로 판단하여 가치 평가에서 제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선수금을 운영 자금으로 전용하여 유동성 위기를 막고 있는 구조라면 감가 요인이 됩니다.
반면, 선급비용은 셀러 입장에서 조정 항목(Add-backs)으로 활용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매각 준비 기간 중 발생한 일회성 선급 비용이나 인수 후에는 발생하지 않을 성격의 비용을 증명함으로써 영업이익을 높게 재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 자문사는 이러한 세부 항목들을 분석하여 바이어에게 비즈니스의 정상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설득하고, 이를 통해 멀티플(Multiple) 적용의 근거를 마련합니다.
5️⃣ 엑시트를 위한 선급/선수금 관리 전략
성공적인 매각을 목표로 한다면 최소 6개월 전부터 선급금과 선수금의 관리 투명성을 높여야 합니다. 플랫폼별 정산 데이터와 실제 상품 배송 데이터를 대조하여 선수금 잔액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지저분한 정산 데이터는 실사 과정에서 바이어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딜 브레이커(Deal Breaker)'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선급금과 선수금은 단순한 회계 계정이 아니라 바이어와의 협상에서 실질적인 현금 흐름을 결정짓는 카드입니다. 선급비용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고, 선수금을 통해 미래 성장성을 보여주되 그에 따르는 부채 리스크를 정교하게 소명하십시오. 체계적으로 정제된 기간 귀속 데이터는 귀하의 비즈니스가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