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고자산 실사의 정의와 목적
이커머스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재고자산은 기업 가치 산정의 핵심 요소인 순운전자본(NWC)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변수입니다. 매수자는 계약 체결 전, 셀러가 제시한 재무상태표상의 재고 금액이 실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재성 검증을 수행합니다. 이를 '재고 실사'라고 합니다.
단순히 물건이 창고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매수 측 실사팀은 샘플링 혹은 전수 조사를 통해 장부 수량과 실제 수량을 대조합니다. 만약 장부보다 실제 재고가 부족하다면 이는 즉각적인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며, 반대로 장부보다 많더라도 관리 부실로 간주되어 운영 리스크 점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실사 현장은 숫자로만 존재하던 비즈니스가 물리적 실체로 증명받는 첫 번째 관문입니다.
2️⃣ 실사팀의 현장 점검 과정과 주요 체크리스트
실사팀이 창고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수행하는 작업은 컷오프(Cut-off) 확인입니다. 실사 시점을 기준으로 입고와 출고를 일시 중단하여 데이터의 변동성을 차단하는 절차입니다. 이후 실사팀은 SKU(Stock Keeping Unit)별로 정리된 재고 리스트를 바탕으로 무작위 추출된 품목의 수량을 직접 카운트합니다.
이 과정에서 실사팀은 단순히 개수만 세지 않습니다. 제품의 보관 상태, 포장의 훼손 여부, 그리고 제조 연월일을 확인하여 진부화 수준을 평가합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트렌드가 지난 재고는 장부상 가치가 있더라도 매수자 입장에서 '현금화가 불가능한 자산'으로 분류되어 감액 대상으로 지정됩니다. 따라서 셀러는 실사 전 창고 정돈과 유효기간별 재고 분류를 완벽히 마쳐야 합니다.
3️⃣ 장부와 실물 수량 차이에 따른 감액 논리
실사 결과 장부 수량과 실물 수량의 차이가 발생하면, 매수자는 이를 근거로 최종 인수가격 조정을 요구합니다. 이를 재고 감액(Inventory Deduction) 협상이라고 합니다. 실물 재고가 부족한 경우, 해당 부족분만큼의 원가를 자산가치에서 제외하는 것은 매각 시장의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문제는 수량은 맞지만 '가치'가 없는 재고에 대한 협상입니다. 매수자는 판매 부진 재고나 파손 제품에 대해 가치 0원 처리를 주장할 것입니다. 이때 셀러는 해당 재고의 향후 판매 계획이나 번들 판매를 통한 현금화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데이터상으로 최근 3개월 내 판매 이력이 있는 제품임을 증명한다면, 100% 감액이 아닌 부분 감액으로 협상 범위를 좁힐 수 있습니다.
4️⃣ 순운전자본(NWC) 조정과 재고 가치 방어 전략
재고자산의 변동은 딜 클로징 시점의 순운전자본(NWC) 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커머스 거래에서는 대개 '기준 순운전자본'을 설정하고, 실사 후 최종 재고가 이보다 낮으면 매각 대금에서 차감합니다. 따라서 셀러는 실사 직전까지 비정상 재고(Dead Stock)를 정리하고 정상 재고의 가용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성공적인 가치 방어를 위해서는 실사 현장에서 발견된 오류가 '시스템적 오류'인지 '일시적 누락'인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단순 전산 입력 오류라면 즉시 소명하여 감액 범위를 최소화해야 하며, 물리적 손실이 확인된 경우라면 이를 인정하되 다른 우량 재고의 가치(예: 선입금된 사입 재고 등)를 강조하여 전체 자산 가치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5️⃣ 성공적인 실사를 위한 사전 준비와 마인드셋
이커머스 대표님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은 '내 창고니까 내가 제일 잘 안다'는 과신입니다. 하지만 제3자인 매수자와 실사팀은 오직 객관적 증거만을 믿습니다. 실사 1~2주 전 자체 예비 실사를 수행하여 장부 불일치 원인을 파악하고, 불량 재고는 과감히 폐기하거나 장부에서 선반영하는 것이 투명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투명한 재고 데이터는 매수자에게 운영 효율성이 높은 기업이라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이는 재고 가치 보존을 넘어 전체 멀티플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실사 현장은 감액을 방어하는 자리가 아니라, 귀하의 비즈니스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쇼케이스'가 되어야 합니다. 정교한 재고 관리가 곧 매각 대금의 숫자를 결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