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순운전자본(NWC)의 정의와 이커머스적 중요성
순운전자본(Net Working Capital, NWC)은 유동자산(재고, 외상매출금 등)에서 유동부채(외상매입금, 미지급금 등)를 차감한 금액으로, 기업이 일상적인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묶여 있어야 하는 자금을 뜻합니다. 이커머스 비즈니스에서는 특히 매입한 재고 자산과 플랫폼으로부터 아직 정산받지 못한 미수금이 NWC의 핵심을 이룹니다.
매각 협상 시 바이어는 인수 후 즉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의 '정상적 운전자본(Target Working Capital)'이 포함된 가격을 제시하려 합니다. 반면 셀러는 재고와 미수금을 별도의 자산으로 간주하여 추가 정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우느냐에 따라 실제 통장에 꽂히는 최종 현금 액수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차이 날 수 있습니다.
2️⃣ 재고 자산 정산: 매입가인가, 판매가인가?
재고는 NWC 협상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항목입니다. 일반적인 M&A 관행에서는 재고를 매입 원가(Landed Cost) 기준으로 정산합니다. 여기에는 단순 상품가뿐만 아니라 관세, 입고 운반비 등 취득에 직접 소요된 비용이 포함됩니다. 셀러 입장에서는 판매가(Retail Price)로 보상받고 싶어 하지만, 바이어는 재고 판매를 통한 마진 향유 권리가 인수 대금에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므로 원가 정산이 표준입니다.
이때 중요한 협상 포인트는 유동성 없는 재고(Dead Stock)의 처리입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6개월 이상 회전되지 않은 악성 재고는 정산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평가받게 됩니다. 따라서 매각 실사(DD) 전 부진 재고를 미리 정리하여 재고의 질을 높여두는 것이 전체 NWC 가치를 방어하는 지름길입니다.
3️⃣ 외상매출금(미수금)과 미지급금의 상계 처리
이커머스 플랫폼(쿠팡, 네이버 등)의 정산 주기 차이로 발생하는 외상매출금(Accounts Receivable)은 매각 시점의 기준일(Cut-off)을 정해 정산해야 합니다. 매각 기산일 이전에 발생한 매출에 대한 정산금은 원칙적으로 셀러의 몫입니다. 하지만 바이어가 운영의 연속성을 위해 이를 인수하기를 원한다면, 해당 금액을 매각 대금에 가산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합니다.
반대로 제조사나 물류사에 아직 지급하지 않은 외상매입금(Accounts Payable)은 부채로서 매각 대금에서 차감됩니다. 간혹 '부채 없는 인수(Debt-free cash-free)' 조건으로 거래할 경우, 셀러가 모든 미지급금을 클로징 전 청산해야 합니다. 이러한 정산 프로세스가 명확하지 않으면 거래 종료 후 정산금 귀속을 두고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계약서에 'NWC 조정 조항'을 명시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4️⃣ '정상 운전자본(Target Working Capital)' 설정 전략
바이어는 인수 직후 추가 자금 투입 없이 사업이 돌아가길 원하므로, 최근 12개월간의 평균 NWC 수준을 매각 가격에 포함하려 합니다. 이를 Target Working Capital이라고 합니다. 만약 매각 시점의 실제 NWC가 이 기준보다 높다면 셀러가 차액을 더 받고, 낮다면 매각 대금에서 차감하는 방식입니다.
셀러에게 유리한 협상을 위해서는 계절성을 고려한 기준 설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성수기 직전 재고를 대량 확보한 시점에 매각한다면, 평균보다 높은 재고 수준을 인정받아 추가 정산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반대로 비수기에 매각한다면 낮은 재고 수준이 '정상'임을 설득하여 대금 차감을 방어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과거 NWC 추이 리포트는 강력한 협상 레버리지가 됩니다.
5️⃣ 딜 구조에 따른 정산 방식의 선택과 집중
최종적으로 NWC를 매각 대금에 포함할지, 별도로 정산할지는 전체 딜 구조에 따라 달라집니다. 소규모 자산 양수도 거래에서는 '재고 별도 정산' 조건이 흔하지만, 기업 규모가 커지고 주식 양수도 방식으로 진행될수록 NWC 조정 모델을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포함하느냐"보다 "어떻게 평가하느냐"입니다. 실사 과정에서 바이어의 회계법인이 재고 가치를 임의로 상각하지 못하도록 방어하고, 정산받지 못한 플랫폼 미수금을 자산으로 확실히 인정받는 논리가 필요합니다. NWC는 장부상 이익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실질 현금이므로, 전문 자문사의 도움을 받아 귀하의 비즈니스에 가장 유리한 정산 기준일을 확정하고 협상 테이블에 임하시기 바랍니다.